유진 오닐 지평선 너머 / Eugene O’Neil, Beyond the Horizon : 줄거리, 등장 인물, 분석, 해석 - 유진 오닐 극작품의 간단한 특징

유진 오닐, 지평선 너머 / Eugene O'Neil, 지평선 너머

어리석은 인간의 한 순간의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낸다. '그때 이 결과를 미리 알았더라면'이라고 생각해본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은 우리들의 인생을 에워싼다. 그러나 유진 오닐(Eugene O'Neil)의 극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그 운명을 그저 받아들이지 않는다. 운명에 전복당할 것을 앎에도 계속해서 그 운명에 도전하는 인물들은 유진 오닐은 극의 중심에 내세운다. 유진 오닐의 작품 지평선 너머(Beyond the Horizon)의 줄거리와 등장인물, 극의 분석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유진 오닐이 어떤 작가인지, 그의 작품들이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 유진 오닐 / Eugene O'Neil(1888~1953), 극작품 특징

유진 오닐(Eugene O'Neil)은 현대 미국 연극의 발전을 주도하고 새 지평을 열었던 작가이다. 20세기 전의 미국 연극은 유럽 연극에 종속되어 그저 유럽 문학을 모방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미국 연극은 20세기 들어서 유럽의 문화와 문학의 영향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미국적인 특색을 가진 작품 등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진 오닐은 상업주의에 물들어 있던 미국 연극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는 환상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사용해 현대인의  실상을 그려냈다. 니체의 비극에 큰 영향을 받았던 그는 기존의 이론에서 벗어나 여러 이론을 혼합한 그 만의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냈다.

 

오닐은 작품 속 인물들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그들이 지닌 내면 심리와 원인과 결과에 따른 사건 및 그들의 의식 변화를 겉으로 드러나는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등장인물들이 가지는 심리적 문제들은 인간과 환경의 대립을 바탕으로 한다. 외적인 환경, 자연재해, 혹은 유전적인 요소 등 환경 앞에서 인간은 무기력하며 한없이 약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빚어지는 갈등 앞에서 등장인물들이 맞이하게 되는 결과는 항상 비극적이다. 이는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니체의 비극과도 연결되는데, 니체의 비극에서, 고통은 당연한 것이며 인물들은 그 고통을 받아들이고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니체의 비극의 고통은 오닐의 작품에서는 "보이지 않는 힘" 혹은 "배후의 힘(force behind)"으로 나타나게 된다. 극 중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전혀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목표를 추구하는데, 이는 자신의 패배를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비극적 고결함이 나오게 된다.  

 

• 유진 오닐 지평선 너머 줄거리 / Eugene O'Neil Beyond the Horizon 줄거리 

어릴 때부터 병약했던 로버트는 몸이 어느 정도 좋아지자 배의 선장이자 삼촌인 Scott을 따라 바다로 나갈 결심을 한다. 바다로 나가기 전날, 가족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던 로버트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 형제인 앤드류와 함께 어릴 때부터 자란 루스를 만난다. 바다로 나가기로 결심한 후 루스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로버트는 비록 앤드류가 루스를 사랑하며 그 둘은 곧 결혼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앤드류를 사랑하는 줄 알았던 루스는 사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은 로버트라며 로버트에게 바다로 나가지 말 것을 요청한다.

 

루스의 애원에 바다로 나가지 않기로 결심한 로버트는 그녀와의 결혼을 약속하고 그날 밤 가족들에게 루스와 자신의 결혼 약속을 알린다. 바다로 나가지 않고 농장에 남아 농사를 짓겠다는 로버트를 아버지 Mayo는 걱정스럽지만 허락한다. 로버트는 어릴 적부터 병약하고 농사일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버트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된 앤드류는 큰 충격을 받는다. 루스와 로버트의 결혼을 지켜볼 수 없었던 앤드류는 로버트 대신 삼촌 Scott을 따라 바다로 나간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 Mayo는 큰 충격을 받게 되고 앤드류가 떠난 지 얼마 안 돼 숨을 거두게 된다.

 

큰 농장을 혼자 책임지게 된 로버트는 농사일이 무척 버겁다. 결국 농장은 점점 쇠퇴하게 되고, 로버트와의 아이 Mary까지 출산한 루스는 그런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로버트는 농사일을 잘 해내지 못했을뿐더러 아직까지 바다와 그가 좋아하던 시집들을 동경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농사일을 정말 잘했던 앤드류를 계속해서 기다리며 자신을 구원해주길 바란다. 결국, 앤드류가 오기 직전, 루스는 로버트에게 자신이 원래 사랑했던 것은 앤드류라고 말해버린다. 그러나, 다시 농장으로 돌아온 앤드류는 자신은 사실 루스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집으로 돌아온 지 하루 만에 더 큰 부를 따라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다시 떠난다.

 

다시 몇 년이 흘러, 농장은 이제 손 쓸 수 없이 망가졌다. 로버트와 루스는 큰 농장의 직원을 한 명도 둘 수 없을 만큼 어려워진 상태이며 Mary까지 죽어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이제 로버트마저 폐병에 걸려 매일매일을 고통 속에 지낸다. 그러나, 그러한 와중에도 로버트는 자신이 몸을 회복하게 되면 부자인 앤드류에게 도움을 받아 새 시작을 하자고 루스에게 말한다. 로버트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은 앤드류는 의사를 농장에 데리고 오지만, 자신이 거의 파산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의사는 로버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말을 하고, 이를 알게 된 로버트는 있는 힘을 다해 언덕에 올라 마지막으로 자신이 그토록 동경했던 지평선 너머를 보며 숨을 거두게 된다. 

 

 

• 유진 오닐 지평선 너머 등장인물

로버트 : 어릴 때부터 병약했으며 시집과 책 읽기를 좋아하며 늘 지평선 너머의 새로운 세계를 동경했다. 그러나 루스와의 결혼으로 바다로 나가지 않겠다는 선택을 하고 평생을 그 선택 속에 갇혀 자신의 꿈을 실현하지 못한다. 

앤드류 : 로버트와는 다르게 태생부터 농부이다. 아버지에게 농장 운영을 아주 잘 배워 당연히 농장의 후계자가 될 줄 알았으나 로버트와 루스의 결혼을 지켜볼 수 없어 바다로 떠난다. 그 후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 그는 아르헨티나로 떠나 사업을 운영하지만 투기에 손을 대 파산하고 만다. 

루스 : 어렸을 때부터 로버트와 앤드류와 함께 커왔다. 자신이 로버트를 사랑한다고 믿었으나 그와 결혼 한지 한 달 만에 후회한다. 그 후, 자신이 앤드류를 사랑했다는 것을 깨닫지만 앤드류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저 자신의 선택을 순응하며 살아간다. 

 

• 유진 오닐 지평선 너머(Beyond the Horizon) 분석

로버트는 어린 시절 내린 한 순간의 선택으로 평생 그 선택이 만든 결과 속에서 허둥대며 살아간다. 그는 자신이 농사일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농사일을 선택했으며, 그 운명은 점점 그를 옥된다. 그러나, 그는 그 선택으로 인해 자신은 절대 다시 지평선 너머로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지평선 너머의 바다를 동경한다. 그는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것을 추구하고 있고 이는 그가 계속해서 운명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마지막 장에서 그가 폐병에 걸렸을 때조차, 그는 농부라는 자신의 운명을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결국, 죽음의 순간에 이르렀을 때 그는 환자가 있어야 할 침대가 아니라 언덕으로 나가며 지평선 너머에서 숨을 거둔다. 그를 가둔 운명은 그가 통제할 수 없는 힘이며 인간은 그것을 이길 수 없지만 그는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그것에 도전한다. 결국, 로버트의 이러한 행위에서 비극적 고결함이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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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오닐의 지평선 너머(Beyond the Horizon)는 1920년대 작품으로 요즘에는 그의 후기 작품보다 차원이 낮다는 평이 있긴 하지만 그 당시 퓰리처 상을 받았다. 유진 오닐의 극작품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배후의 힘(force behind)은 비록 인간이 통제할 수는 없으나,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데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고귀함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