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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도서리뷰 / 서평 - 선량한 차별주의자 : 아니, 이게 차별이라고?

영문학석사 2020. 5. 5. 01:26

선량한 차별주의자 도서리뷰/서평

도서명 : 선량한 차별주의자

지은이 : 김지혜

출판사 : 창비 

 

김지혜 작가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읽는 내내 어떠한 불편함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은 우리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수많은 차별들을 수면 밖으로 끄집어내어 끊임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명백한 피해자가 존재하는 차별과 그것이 차별인지도 몰랐던 사람들이 느끼는 불쾌감 사이에서, 책은 우리에게 이제는 그것을 의식하고 깨닫기를 요구한다. 그렇다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선량한 차별주의자인가? 도무지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단어가 만들어내는 역설은 책이 독자의 호기심을 끌기 충분하게 만든다. 

 

 

  • 차별의 언어들

책은 "결정장애"와 관련된 작가의 일화를 소개하며 시작한다. 우리는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행동하는 어떤 사람을 보며 "결정장애"라는 단어를 사용하곤 한다. 혹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몰라서 갈팡질팡하는 우리 스스로에게도 자조 섞인 비하의 표현으로 이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작가 또한 "결정장애"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않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는 혐오표현에 관한 토론회에서 그 단어를 사용했고 그것을 들은 한 참석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왜 결장 장애라는 말을 쓰셨어요?"

 

여러분은 "결정장애"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어떠한 죄의식이나 죄책감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가? 적어도, 이 말을 즐겨 쓰는 분들에게는 없을 것이다. 이 단어의 사용에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리 쉽게 사용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정장애"라는 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결코 쉽지도, 가볍지도 않다. 우리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그 단어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열등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무의식을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지적했을 때, 여러분들은 어떤 기분을 느꼈는가? 순식간에 차별주의자가 되어버린 우리들의 기분은 그렇게 유쾌하지 만은 않다. 

 

  • 여러 가지 차별들

책은 이러한 우리의 생활 속에 뿌리 깊게, 그러나 사람들이 의식하지 않은 채로 내버려 두었던 차별들을 수면 위로 꺼낸다. 장애인에서부터 성차별, 능력주의에 따른 선발, 이주민에 이르기 가지 책은 방대한 범위에서 행해지는 차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그것에 아무런 문제의식일 가지지 않는 사람들의 순진함(naive)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우리가 차별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갈 때, 우리는 이미 그것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이미 차별주의자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자신 스스로를 차별주의자라 생각하는 일은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그러한 이유로, 많은 이들은 그저 차별을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가거나, 눈치챘더라고 하더라도 그저 '사소하거나', '당연한'일 정도로 치부해버리고 만다. 그러나 차별에는 언제나 대상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차별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차별의 대상들에게도 그 차별은 '당연하고', '사소한' 일일까? 

 

  • 일상속의 차별

책은 여러 가지 이론들과 사례들을 제시하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모른 척 지나치거나, 애써 무시해왔던 차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떠한 사례에서는, 순식간에 내가 차별주의자가 되어 있기도 하다. 갑자기 나를 차별주의자로 만들어버리는 이 책을 읽는 것은 그렇게 유쾌하기만 한 일은 아니다. 실제로, 이 책을 읽었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나오는 것을 모두 정말 차별이라고 치부한다면 우리의 삶이 정말 피곤해질 것이라고 불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불쾌함의 경험과 차별의 대상자들이 겪어야만 했던 차별의 기억들이 동일시될 수 있을까? 우리에겐 사소하거나 당연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생경하고, 거대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지 속에서 행했던 수많은 우리의 차별의 화살은 결국 나에게로 돌아오게 될지 모른다. 우리 모두는 어딘가에서는 차별주의자이지만, 또 다른 어딘가에선 차별의 대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차별의 피해자였다가, 동시에 차별주의자가 되기를 반복한다. 공감과 불쾌함 사이 그 어느 지점에서, 차별을 인식하는 우리의 시야를 넓히기를, 책은 요구하고 있다.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이 세상 속에서, 존재하는 차별들을 의식하고 그에 대한 나의 태도를 바꾸는 것에서부터, 차별은 멈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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